골목길 / 최재영연두빛 내력들이 제 몫의 봄을 키우느라햇살을 끌어 모으는 중이다허공 한구석 팽팽해지고골목에 나앉은 늙은 여자들볼우물 가득 생의 이력을 오물거리는지골목은 하루종일 분주하다봄의 한 복판에서 출렁이는저 환한 푸념들가지마다 탱탱하게 들어차는 수런거림한 순간 시간이 정지된 듯지상과 허공 그 짧은 간극으로물오른 생의 주름들이 펼쳐지고음탕한 농담 한 두 마디 건넬 때마다자지러지게 흩어지는 쭈글쭈글한 웃음소리잠시 생을 붉게 물들이는봄날 눈(眼)빛 환한 기억들이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담장에 기대앉은 봄꽃들한동안 그들이 피워올린 검버섯을 따라 올라가고여기 짧은 환희, 봄은 덫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