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지/윤상희 굳게 잠겨 있는 문을 연다. 매캐한 곰팡이 냄새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든다. 오랫동안 밀폐된 곳간이라 음습한 기운마저 감돈다. 천장에는 거미줄이 세월을 엮고 있고, 사용하지 않은 집기 위로 쌓인 먼지 더께가 시간을 헤아리게 한다. 쌀뒤주며 장독 같은 온갖 세간들이 감방을 지키듯 어둠 속에서 고요를 삼키고만 있다.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넓은 플라스틱 함지로 눈길이 머문다. 차곡차곡 쟁여 있는 놋그릇의 얼룩무늬 위로 어머니의 환영이 살아나는 듯하다. 손때 묻은 어머니의 유산에 누구하나 탐하거나 동정하는 이는 없었다. 어머니의 애장품에 탐심을 내는 일은 성역을 범접하는 것쯤으로 믿어서 그럴까 아니면 한물 간 것으로 치부해서였을까.어머니는 유기에 애정이 남다른 분이셨다. 세밑이면 으레 제수를 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