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방/최수연 아버지는 외로운 등대였다. 망망대해를 향해 사계절 홀로 서서 나가고 들어오는 배들이 위험하지 않게 불을 비춰주는 등댓불이었다. 심장마비로 하늘나라로 가신 지 십수 년이 지났어도, 어려운 환자에게 헌신하던 모습이 선하다. 그해 여름은 유난히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정원 유실수들이 시샘하듯 실하게 맺을 즈음이었다. 자식들은 철부지였고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무엇에 비유하랴.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환자를 돌보고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지신 걸 뒤늦게 발견하고 응급조치했지만, 소용없었다. 날벼락이었다.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위급한 환자가 생기면 한밤중에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으니 과로가 누적되었던 것 같다. 요즘은 소도시에서도 응급을 다툴 때 연락하면 구급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