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4/12/25 2

종소리 - 강숙련

종소리 - 강숙련 ​     누가 시(詩)를 언어로 그린 그림이라 했다. 밀레의 ‘만종’ 앞에 서면 ‘소리로 그린 감동’이란 표현으로 그 말을 써 보고 싶어진다. 문화의 차이는 감성의 차이도 만든다는데, 종소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감미롭게 다가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중에 종소리만한 것이 있을까. 형체도 없는 것이, 잡아 가두려야 가둘 수도 없는 것이 마치 청동의 꽃에서 나는 향기라고나 할까. 교회나 사찰의 새벽종소리를 들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통도사 절 밑에 있는 어느 호텔로비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다. 경영주인 지인(知人)이 술잔을 가볍게 부딪치며 덕담을 건넸다.  “올해는 좋은 글 많이 쓰십시오. 수필이란 종소리 같은 ..

좋은 수필 2024.12.25

위장 / 곽흥렬

위장 / 곽흥렬 청개구리는 계절에 따라 몸 빛깔을 달리한다. 카멜레온의 변신술이라든가 대벌레나 나뭇가지사마귀 같은 곤충들의 위장술은 실로 감쪽같다. 하도 정교하다 보니 웬만큼 세밀한 관찰력이 아니고서는 일쑤 속아 넘어가게 되어 있다. 이들의 위장은 무엇보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다. 물리적 약자가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으로는 위장만 한 무기도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위장이야말로 먹이사슬의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에게서 목숨을 지켜낼 수 있는 최대의 호신술일 터이다. 꼭 방어의 목적만은 아니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공격의 방편으로도 위장은 아주 훌륭한 전술이 된다. 뱀이며 악어 같은 포식동물들의 위장은 강자가 지닌 최적의 무기다. 특히,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

좋은 수필 2024.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