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
비행운을 바라보며
막막한 허공을 날아본 적이 있는가
빽빽한 숲을 헤쳐본 적이 있는가
열사의 사막을 횡단한 적이 있는가
망망대해 홀로 건너본 적이 있는가
그대 온몸으로 생애를 건너고 있는가
- 이태희 시인(2023년 《디카시》 겨울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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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허공에 비행기의 흔적이 길게 남겨졌다. 온 몸으로, 홀로 가는 저 시간들을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비추어 생각한다. 허무와도 같은 ‘막막한 허공’을 견뎌야 하는 시간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빽빽한 숲’ 속에서 행여 자신이 가야할 방향과 가치를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열사의 사막’과도 같은 견딜 수 없는 허기와 갈증을 과연 극복할 수나 있을지, 언제 구조가 될지도 모르는 막연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 바다 한 가운데 같은 외로움과 고통을 끝낼 수나 있을지, 이 모든 상황을 한데 버무린 것이 인생이다. 매 순간 어떤 미션을 클리어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들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 속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 같은 시간들을 살고 있다. 어떤 미래를 살아야겠다고 대비책을 세우면서 살아봐도 불행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며칠 전 예전에 알던 분이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왔다. 반가운 것도 잠시, 결혼을 앞둔 28살이던 딸을 얼마 전 대장암으로 떠나보냈다는 것이었다. 순간 그 어떤 말을 이어갈 수 있었겠는가. 위로도 동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 긴 침묵으로 이어졌다. ‘그대, 온몸으로 어떤 생애를 건너고 있는가’
글. 이기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