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수필과 비평> 4월호 월평
작가로서의 자각 / 엄현옥 1. 쓰는 일의 장점은 어떤 일보다 자유롭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라 할지라도 업무 시간은 지켜야 하지만, 작가는 원하는 시간에 쓰고 싶은 만큼만 쓰면 된다. 경제적인 욕심만 내려놓는다면 이만한 일도 없다. 작가는 작품을 쓸 때마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 글을 쓰는 한 도전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대부분의 일은 근무 연한이 있어 정년퇴직이 적용되지만 작가는 예외다. 한 번 해병이 영원한 해병이듯 작가는 영원한 작가다. 그러나 그 노릇도 쉽지만은 않다. 캐내지 못한 보물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으로 모니터 앞에 앉지만, 내가 하려던 말은 이미 누군가가 해버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렇다고 공산품을 생산하는 작업자처럼 무언가를 쉼 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굴복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