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황진숙 서늘하고 음습하다. 오랜 세월 수문장 노릇을 해 온 철문이 막장으로 가는 길을 단호히 막아선다. ‘관람객 출입 금지’라 적힌 경고판을 매단 채 쇠사슬로 입구를 봉쇄했다. 발길이 끊긴 폐광이어서인지 막장의 기운은 스산하다. 철근 틈새에 고드름이 얼어붙고 푸른 이끼가 뒤덮여 살풍경하다.톡톡, 철문 너머 어딘가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온다. 옛 시절의 영화를 되살리고 싶은 걸까. 레일 위의 광차는 유폐된 시간에 맞서 녹을 피워올리는 중이다. 방치된 침목은 삭아 내리며 항변을 이어간다. 한때 북적거리는 갱도였다고 보기 무색할 만큼 곰팡내와 묵은내가 뒤섞여 퀴퀴하기만 하다.보일 듯 말 듯 철로 위로 광부의 환영이 스쳐 간다. 발을 들이미는 자, 누구든지 시커멓게 뒤덮어 버리는 게 탄광의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