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들의 시간 / 이복희 하루의 발들이 엉성하게 앉아 있다. 갈 곳보다 가야 할 곳이 많은 발이다. 어제를 딛고 오늘을 살아가는 발걸음들, 신발은 벗겨지고 새끼발톱이 빠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새 신발로 갈아타도 도착지는 온 것보다 더 멀어진다. 마천행 5호선, 오가는 발들이 분주하다. 섰거나 앉거나 눈 맞춤은 금기사항, 마주 보고 앉아도 시선은 휴대폰 속으로 밀어 넣는다. 발부터 먼저 올라타는 무리 속에서 나팔 청바지 여자가 두 남자 사이 좁은 자리를 잽싸게 낚아챈다. 달달 떨고 있는 다리와 쩍 벌린 다리 틈에서 꽈 올린 나팔바지 다리가 중립을 지키느라 안절부절못한다. 발 디딜 곳은 점점 좁아지고, 나팔바지는 까치발로 다시 고쳐 앉는다. 수십 년 전 일이 되새김된다. 더는 들어설 곳도 없는데, 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