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빈티지 / 문경희 나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하긴, 살아오는 내내 이것을 취하고 저것을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그래 봐야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는 빤한 확률인 것을 알면서도 매 순간 세상의 끝에 선 듯 갈팡질팡하고 했다. 중차대하거나, 쓰잘머리 없거나, 나를 흔들리게 만드는 것들은 지천에 널려 있었다. 그러나 흔들림으로 서성거린 시간에 비해 결단은 가능한 귀차니즘에 손상을 입지 않는 정도에서 싱겁게 내려지곤 했다. 탕, 탕, 탕. 판사 봉을 내리치듯 마음을 굳히기까지 고심으로 보낸 시간이 아까웠지만, 그 비생산적인 일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삼십 대의 중턱을 넘은 무렵, 한두 오라기씩 반갑잖은 손님이 터를 잡기 시작했다. 민망했다. 심심찮게 눈에 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