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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을 입으시겠습니까/이대흠

에세이향기 2026. 6. 6. 06:16

어떤 마음을 입으시겠습니까

이대흠

 

 

 한 생각에 오래 매달려 있는 사람에게서는 오랫동안 옷을 갈아입지 않은 것 같은

냄새가 납니다  슬픔이건 기쁨이건 갈아입어야 합니다  몇 달 동안 외로움을 입고

있는 여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외로움에서는 쾌쾌한 냄새가 났습니다

모든 생각은 소모됩니다 낡거나 때가 묻습니다 아침에 옷장에서 옷을 고르듯 오늘

입을 정서를 골라야 합니다  속에는 아무래도 부드러운 호감이나 자존감을 걸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우울을 입어도 좋습니다만 날마다 입지는 마십시오 슬픔을 신고

우는 남자는 구입한 슬픔에 만족하는 중입니다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오만의 속옷은 감추어도 드러납니다

비굴의 외투는 몸을 옥죄어 숨통으로 파고들 것입니다

날씨가 추울 때는 다정의 외투를 껴입는 것도 좋습니다  이따금은 명랑의 손수건

도 나쁘지 않겠군요 근엄의 넥타이를 매셨다면 넥타이의 무게에 무너지지는 마십

시오 정서는 껍질일 뿐입니다  트럭을 입고 다닐 수는 없지요  가벼운 기쁨이나 배

려의 마음은 언제든 어울리지요

당신이 마련한 기분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어떤 마음을 입으시겠습니까?

 

 

♦ ㅡㅡㅡㅡㅡ 사람은 기분과 정서를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다고 한다.

어떤 날은 모든 것이 괜찮게 느껴지고,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게 되는 것처럼, 기분에 따라 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일까.  기분은 마음이 아니라 호르몬이 만든다는 말도 있다.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고, 잠

을 못 자면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난다.  피로한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매사에 무기력해진다.  몸의

상태가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성격이나 마음의 문제는 아니다.

‘우울을 입어도 좋습니다만 날마다 입지는 마십시오’ 

‘오만의 속옷은 감추어도 드러납니다’  ' 어떤 마음을 입으시겠습니까?'

감정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지만,  동시에 골라입는  옷처럼  자신이 ‘고르고 갈아입을 수 있는 것’

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좋은 옷을 고르듯 좋은 기분을 골라 입으며,  마음을 다스리라는 메시지를 다

시 한 번 일깨운다.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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