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평론 46

유 공간의 현실과 다른 상상력들/ 박노식, 박인하/ 시와문화 2024년 여름 70호-박철영

유 공간의 현실과 다른 상상력들/ 박노식, 박인하/ 시와문화 2024년 여름 70호 사유 공간의 현실과 다른 상상력들박노식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박인하 《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중심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여린 허리를 지그시 밟고 오던가 그도 아니면 아예 온몸으로 맞서 스스로 쟁취하듯 모습을 드러낸다. 계절로 구분되는 이 세상의 만물은 그렇게 생동과 소멸을 반복하며 이르고자 한 형상만큼을 기어이 실행한다. 거기에는 누가 뭐라 해도 본질 속에 숨어있는 실행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절대적 불변의 순리인 것이다. 그것을 한 줌의 의식으로 막아서려는 인간의 오만이 간혹 그 실행력을 늦추거나 훼손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코 그것의 지속적인 실현 의지를 멸실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살고..

평론 2025.04.17

쉴 새 없이 솟아나는 류근홍 시인의 샘물/이승하

쉴 새 없이 솟아나는 류근홍 시인의 샘물 쉴 새 없이 솟아나는 언어의 샘물 이승하 류근홍 시인은 시단에 나오기 직전, 산문집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를 낸 적이 있었다. 네 가지의 암과에 대한 여섯 번의 암 수술을 극복한 저자가 펴낸 신앙 간증집이다. 이 책을 낸 이후 여러 교회와 모임에 가서 신앙 간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늦깎이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나온 그이기에 회복 이후 시에 대한 열망이 불타올랐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에 와서 시 창작의 방법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선 등단도 하고 시집 『고통은 나의 힘』과 『당신 덕분입니다』를 펴내 두 차례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 3권의 책은 하나님 여호와가 나에게 이런 시련을 준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천국 문턱까지 갔었..

평론 2025.04.17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 한식을!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 한식을! 이승하 ・ 2024. 11. 12. 8:20URL 복사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시인들이 차린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시의 밥상 76명의 주요 시인들이 시로 쓴 한국 대표 음식 76선 한국시문학사상 현역시인들이 처음으로 음식 한 종류씩 맡아서 시로 쓰고 묶은 이 음식 시집은 김종길, 이어령, 정진규, 김후란, 허영자, 이근배, 김종해, 유안진, 오세영, 신달자, 이수익, 이건청, 김광규, 김용택, 도종환, 박주택, 이승하, 장석남, 문인수, 박형준, 이병률 등 우리나라 주요시인 76명이 참가했다. 이 음식시집은 시로 차려낸 다채로운 한국 전통음식들을 주제로 독자들의 마음속 미각과 추억을 한껏 자극할 뿐 아니라 한식의 맛과 정신사를 되살려낸다. 음식 사진 촬영..

평론 2025.04.17

변방을 울려 중심을 뒤흔든다는 것― 박철영 평론집 『층위의 시학』을 읽고

변방을 울려 중심을 뒤흔든다는 것 ― 박철영 평론집 『층위의 시학』을 읽고 이승철(시인, 한국문학사 연구가)‘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문학이란 ‘저 푸른 생명의 나무’를 찾아내는 일이다고 말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자기체험을 하게 된다. 존재의 심연에서부터 현재적 삶에 얽힌 제반 풍경들, 하루하루 일상적 체험과 갖가지 추억들은 우리 머리(가슴) 속에 기억돼 쌓이게 된다. 개개인이 맞닥뜨리는 일상적 체험은 감흥을 불러일으키거나 혹은 내면적 상처를 안겨준다. 이때 시인이나 작가는 가슴 속에 쌓여 있으나,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을 글로써 표현하고픈..

평론 2025.04.17

희망과 허망 사이, 욕망 – 고정희, 무너지는 것들 옆에서

희망과 허망 사이, 욕망 – 고정희, 무너지는 것들 옆에서진후영 2023. 5. 28. 12:52시집 『아름다운 사람 하나』 문학동네 포에지49, 2022.6.9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에 가하는 복수다. 아니, 그 이상이다. 해석은 지식인이 세계에 가하는 복수다.- 수전 손택, 『해석에 반대한다』, P25 아내에게 들은 말이다. 공부방에서 초등학생 몇 명을 가르치는 아내에게 지인 소개로 상담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장애인이고, 자기 자녀를 맡기려는 데 교육비를 얼마나 깎아줄 수 있는지, 그 혜택을 먼저 물었다고 한다. 결국 상담은 틀어졌고, 나중에 그 지인이 그렇게 전화할 줄 몰랐다고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장애인들은 자신들이 혜택을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요구한다고..

평론 2025.04.15

미술은 애도에서 시작되었다/박영택

미술은 애도에서 시작되었다/박영택​죽음이란 생물의 생명이 소실되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원래 없던 내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죽음이다. 나는 사실 부재였다. 완전한 무無였다. 그러니 무로 돌아가는 죽음이란 결코 탓할 일도 아니고 밑질 일도 아니다.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로 회귀하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반드시 죽는다. 죽음은 애써 외면하더라도 결국 모든 존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것만큼 엄정한 사실, 진실은 없다. 삶은 유한한 시간을 살아간다는 조건 속에서 펼쳐진다. 한순간을 사는 것이 생명체의 조건이다. 누구도 그 조건을 위반하거나 거스를 수 없다. '생자필멸'인 것이다. 언젠가는 끝나지만 그것이 '언제' 종료할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점이 삶의 아..

평론 2025.04.13

얻기 위해, 잃어버린 것들/마경덕

에세이문학 시 읽기 (2025. 봄호) 압정의 날들  하린  ​어느 날은 서랍 속에 녹슨 압정이 너무 많아 입안이 불편했는데 메모판에 혀를 꽂고 말리는 상상을 하고 싶었는데 오래 전엔 내가 매달아 놓은 어머니에게서 어떤 기념할 기미도 없었는데 일정은 늘 빡빡하게 웃으며 흰수염고래나 노간주나무를 불러들일 틈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마감할 수 없는 마감일을 예약하기 시작했는지 궁리는 늘 궁한 변명처럼 느껴지곤 했었는데 단 한 번도 미래가 그림자보다 선명한 능력을 보여주지 않아서 밤을 낮보다 더 신봉했었는데 오지 않는 사람을 탓하지 않으려는 순간, 늦게 도착한 한쪽 발을 추궁하지도 읺았는데 찔린 눈동자에선 선홍 피 대신 선홍녹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시집 『1초 동안의 긴 고백』 2019. 문학수첩 ​ ----..

평론 2025.03.13

수필비평, 어떻게 하는가/권대근

수필비평, 어떻게 하는가수필비평의 분석과 평가                                                                                                   권대근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감히 말하건데, 현대문학이론에 대한 이해는 ‘세계’를 읽어내는 데 다양한 패러다임을 익히는 일에 다름 아니다. 소위 ‘발상의 전환’이란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서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패러다임들은 다른 종류의..

평론 2025.02.27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의 질주: <이원론>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의 질주: 1. 속도에의 욕망과 잃어버린 것들우리는 속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내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던 근대적 속도가 낯설고 경이로웠던 시절에, 속도는 삶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여 무한한 공간을 열어주는 듯했고, 그 가능성의 마력에 매혹된 도시의 길들은 질주하는 기계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인간사의 모든 매혹이 그렇듯, 익숙해진 후에는 무뎌짐과 권태가 찾아든다. 이제 빠른 것들은 도처에 흔하게 넘쳐나고 현대가 ‘속도의 시대’라는 말은 진부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더 빠른 것’을 계속 갈구해 왔다. 급기야 ‘클릭 한 번으로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빛보다 빠른 통신망을 이루어내는 데에 이르렀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획기적으..

평론 2025.02.01

시와 시조 사이, 웃음과 눈물 사이/이승하

시와 시조 사이, 웃음과 눈물 사이  ㅡ시집,『쌍봉낙타의 꿈』 2011년, 박성민 『고요아침』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서양에서 시의 시작은 서정시가 아니었다. 서사시와 극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호머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긴 서사시요 극적인..

평론 2024.12.19

우리들의 애도의 시간

우리들의 애도의 시간 애도하는 미술예로부터 많은 화가들은 죽음과 관련된 그림을 그려왔다. 삶과 죽음이 남매지간처럼 밀접하게 관계한다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줬으며 죽어가는 것들을 안쓰럽게 여겼다. 그리고 이들을 화폭에 담아 대상에게 영원한 생명력을 부여했다. 시간에 저항함으로써 죽어가는 것들을 애도하는 미술만의 방식인 것이다. 또한 영원회귀나 삶의 영속성에 대한 염원을 담아 죽음의 이미지를 그리기도 했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벽화, 이집트의 고분벽화,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화, 네덜란드의 정물화 모두 죽음에 대한 그들의 이러한 인식이 담긴 도상들이다.우리 선조들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 선조들은 민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교적, 신화적 도상들을 그렸고 일상 안에서 함께 했다. 그들의 삶 속엔 죽음에 대한 깊은 인..

평론 2024.10.21

서경과 서정의 심장을 녹이는 연륜의 시

서경과 서정의 심장을 녹이는 연륜의 시   김정순 시집 『불면은 적막보다 깊다』(작가마을) 배재경(시인)  김정순 시인이 오랜 침묵을 깨고 두 번 째 시집을 펴냈다. 1990년 《시와비평》으로 등단한 뒤 이제 두 번째 시집이라니, 30여년에 가까운 시력임을 감안해본다면 이는 분명 과작임에 틀림없다. 아니면 발표 시들을 무결점의 작품들로 채우려는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의 작품들이 과작에 비하여 정체되거나 침체된 작품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통 지나친 과작의 경우 자기세계를 확보하지 못해 시력에 비하여 2%가 부족한듯한 느낌이 짙다. 그러나 김정순의 시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다. 이는 발표는 더디지만 시 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이번 시집 『불면은 적막보..

평론 2024.06.05

골목과 노을과 곡선과 구석의 시인

골목과 노을과 곡선과 구석의 시인- 권상진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 김대호 시집 『실천이란 무엇입니까』  장인수(시인)    권상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은 골목을 노래하고, 노을을 노래하고, 별을 노래한다. 권상진 시인은 골목의 시인이며, 노을의 시인이며, 별의 시인이다. 반면 김대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실천이란 무엇입니까』는 곡선을 노래하고, 자연산 밥 냄새를 그리워하고, 구석을 노래하고, 추풍령 근처 신암을 노래한다. 김대호 시인은 곡선의 시인이며, 구석의 시인이다. 두 시집은 공통점보다는 개별적인 개성이 더 강해서 따로 감상을 해 보도록 한다. 둘 다 두 번째 시집이다. ▪골목을 노래하는 골목의 시인 향이 심심해 장미 몇 송이 심었습니다소고기나 한 근 끊는다는 것..

평론 2024.06.05

사유로 번져 온 화양 바다의 순정한 문장들/박철영

사유로 번져 온 화양 바다의 순정한 문장들  -김지란 두번째 시집 『아물지 않은 상처와 한참을 놀았다』 중심                                        박철영(시인, 문학평론가)  시는 감동 기제를 고도화한 문장으로 소통하려는 데 있다. 이것은 언어의 시적 순기능과 확장성 그리고 명징성에 관한 말일 것이다. 따라서 좋은 시가 품은 기운은 눈을 현혹하지 않는다. 시를 구조하고 있는 시어들로 형용한 사유가 자연스럽게 문장의 적층(겹)을 이뤄 감싸준다. 평범한 언어가 갖는 단선적인 의미보다 질료적 정황까지 담지한다는 의미다. 문장 속에서 체험적 정서와 욕망의 투사로 발화한 상상력을 부양하는 의미언은 당연한 것이다. 시가 일반적인 언어로 이행되는 의사 전달체가 아니고 다층적인 상징성을..

평론 2024.05.07

수필의 체제론과 통치론의 변화―김만년 수필집 《사랑의 거리 1.435미터》를 읽고

[서평]수필의 체제론과 통치론의 변화―김만년 수필집 《사랑의 거리 1.435미터》를 읽고이운경oksan97@hanmail.net  1. 자연에서 길어 올린 서정의 아리아  자연은 수필에서 고갈되지 않는 지하자원이다. 자아를 자연이라는 대상에 의탁하거나 투사하는 전통적 방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자연은 ‘나’를 투사하는 거울이면서 동시에 무수한 ‘자아’를 재발견하는 경전(經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자연은 서정의 원천(源泉)이다. 자연이 품고 있는 촉촉한 수액은 수필이라는 텃밭에 끊임없이 서정의 비를 내리게 한다. 김만년의 수필에서도 자연은 욕망의 필터를 거쳐 반복 인화된다. 그의 작품에서 자연은 숭고한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발굴되기도 하고(), 고향의 상징과 성장기 기억을 품은 공간으로 호출되기도 한다()..

평론 2024.05.02

시인의 직업은 발굴/신형철

시인의 직업은 발굴 언젠가 김경주의 첫 번째 시집에 대해 쓰면서 나는 "시인 김경주는 전천후다"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더랬다. 참으로 여러 얼굴을 갖고 있는 시인이어서 종잡을 수가 없다는 얘기였다. 자기가 누구인지 아직 잘 모르는 사람만이 뿜어낼 수 있는 에너지가 좌충우돌하는 시집이었다. 두 번째 시집 (문학과지성사 펴냄)을 읽어보니 점입가경이다. 이제는 더 자유롭게, 마음 가는 대로 마음껏 놀고 있구나. 시인은 그래도 된다. 시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놀 수 있는 세계가 시 말고 또 어디 있겠나. 이 시인의 여러 얼굴을 더듬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한편으로는 이제 두 번째 시집쯤 되고 보니 이 사내의 얼굴 중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한결 또렷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몇 세기 전 지층이 발견되었..

평론 2024.02.04

손택수의 ‘방심’/ 시인 문태준

손택수의 ‘방심’/ 시인 문태준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 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 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무방비로 앞뒤로 뻥 뚫려 버린 순간,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 사립문을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의 숨구멍이란 숨구멍을 모두 확 열어젖히고 ―손택수, 「방심」 전문 ‘마음을 놓다’라는 말 참 오랜만이다. 마음을 풀어 놓아버린 일 얼마나 오래 되었나. 마음 졸이며 염려하고 살아왔을 뿐. 시인은 대청마루에 큰 대 자로 누워 있었던 모양이다. 최대한 마음과 몸을 느슨하게 하고서. 바다처럼 편편하고 넓..

평론 2024.02.04

신동엽의 「산문시 1」 평설 / 신형철

신동엽의 「산문시 1」 평설 / 신형철 산문시 1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던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갯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트럭을 두대씩이나 가지..

평론 2024.01.19

릴케, 「두이노의 비가」 중 제2비가 평설 / 신형철

릴케, 「두이노의 비가」 중 제2비가 평설 / 신형철 「두이노의 비가」 중 제2비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중략) 연인들이여, 어울려 만족하는 그대들이여, 너희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존재를. 너희들은 손을 꼭 잡는다. 그것으로 증명하는 것인가? 그렇다, 내 자신의 두 손도 서로를 느끼고, 혹은 그 두 손 안에 지친 얼굴을 묻고 쉬는 일도 있다. 그것이 얼마간은 나 스스로를 감지하게도 한다. 허나 누가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가? 그러나 연인들이여, 서로가 상대의 환희 속에서 성장하는 너희들. 끝내는 압도되는 상대가 , 하고 애원하는 너희들 ─ 서로의 애무 속에서 풍년 든 포도처럼 풍요하게 영그는 너희들. 다만 상대가 완전한 우위를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가끔은 소멸하는 너희들. 너희에게 묻는다,..

평론 2024.01.19

김수영의 「봄밤」 평설 / 신형철

김수영의 「봄밤」 평설 / 신형철 봄밤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業績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行路와 비슷한 回轉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人生이여 災殃과 不幸과 격투와 청춘과 千萬人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節制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靈感이여 —합동시집 『平和에의 證言』 (1957) ...

평론 2024.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