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평론 46

비평의 종류

비평의 종류 1) 전기비평 작가의 삶과 작품이 어떤 관련성을 맺는가, 한 작가의 작품이 다른 작가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작품과 작가의 세계관 인생관 정치관 문학관, 좁게는 그의 교육, 생활수준, 독서, 가족 상황, 교우 애정을 다루되 작품과 직접 관련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인다. 문학작품을 지나치게 조사하면 과거성에 치우쳐 문학 가치에 소홀할 수 있다. 2) 윤리ㆍ철학적 비평 윤리적 비평은 과거의 체험을 복구하기보다는 오늘의 독자와 관련하여 현재적 가치와 윤리에 초점을 맞춘다. 문학에 반영된 도덕과 철학 문제를 중시하고 집중적으로 밝힌다. 윤리적 비평을 대표하는 담론은 공자가 『시경』에서 말한 사무사(思無邪), 불교의 탐진치, 기독교의 십계명, 권선징악, 플라톤의 현실 모방론 등이다, 작품이 요..

평론 2023.03.17

그림자 필경사 평론

그림자 필경사 - 김소연의 시 세계 이철주 1. 눈먼 자의 윤리 때론 그림자가 더 많은 말을 건넨다. 긴장 가득 훈련된 표정을 지어도, 무시당하지 않으려 허리를 꼿꼿이 세워도, 불안은 그림자에 투영돼 존재를 누설한다. 가끔 속내를 들켜도, 환멸에 사로잡혀 생이 부대껴도 그림자는 결코 존재를 떠나지 않는다. 뒤틀리면 뒤틀린 대로, 어리석으면 어리석은 대로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닌다. 삶과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그러곤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닮은 모습을 하곤 쓸쓸히 흘러다닌다. 생을 반복하고 따라하며 생이 이곳을 떠나도 홀로 남아 존재를 증거한다. 그림자의 이 헌신엔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맹목이 있다. 한편으로 그림자는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다. 표정도, 색깔도, 음성도, 촉각도, ..

평론 2023.03.05

암막커튼/류휘석

암막커튼 ​ ​ 류휘석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베란다에 모여있다 양파는 억울을 먹고 자란다 나는 저녁용 찌개를 위해 양파를 잡는다 도마 위에서 양파는 잘린다 잘린 단면으로 눈물이 떨어진다 그것이 양파의 최선 억울한 사람들은 문을 두드린다 문의 이름을 당기시오 간혹 과열된 이름이 베란다 밑으로 떨어진다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저녁이 부엌에서 맛있게 끓여지고 있고 냄새가 난다 죽은 양파 냄새가 나는 도무지 화목한 식탁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커튼을 쳤다 베란다에는 여전히 억울한 사람들이 죽어있고 아무도 밥을 먹을 때 어두운 곳을 쳐다보지 않는다​ 식사가 멈추고 나는 밥그릇에 붙은 몇 개의 밥알과 씹히지 않는 양파 꼬다리를 싱크대에 헹궈냈다 배수구로 흘러들어간 사람들이 또 다른 양파를 만나면 우리는 그들을 ..

평론 2023.01.18

상처를 응시하는 몸의 기억들/마경덕

상처를 응시하는 몸의 기억들 마경덕(시인) 무언극에서 관객의 시선은 배우의 손짓, 발짓에 집중된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하나하나의 몸동작은 대사(臺詞)와 같다. 최윤우 연극평론가는 “무대에는 소통을 위한 약속이 있다. 연극이 상황에 대한 약속이라면, 마임은 경험과 느낌에 대한 약속이다. 그 경험이 마임이스트의 몸짓과 만났을 때 무대는 한 몸으로 같은 동선을 그려간다. 마치 같은 붓을 잡고 스케치를 하듯. 마임 공연은 그렇게 관객들과의 소통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고 하였다. 시 창작에서도 ‘경험’은 시의 거름이며 ‘느낌’은 수확물이다. 시는 동작으로 말을 대신하는 팬터마임(pantomime)처럼 부호 하나도 언어로 작용한다. 짧은 문장으로도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시(詩)이기에 압축된 문장은 가..

평론 2022.03.16

고영민 시인의 시작 방법

고영민 시인의 시작 방법 1. 자기의 핵심역량을 찾아라! - 누구나 가장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걸 찾으면 됩니다. 남을 따라하면 절대 최선을 다해도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가장 잘 하는, 잘 쓸 수 있는 것이 뭔지를 찾아야 합니다. 자기와 맞는 글쓰기를 찾으세요! 거북이와 토끼가 경주를 합니다. 산에서 경주를 하면 백이면 백, 토끼가 이깁니다. 거북이가 이기는 방법은 바다에서 경주를 하는 것입니다. 내가 토끼인지, 거북이인지 먼저 판단을 해야 합니다. 바다로 갈지 산으로 갈지 판단해야 합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세요! 그걸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앵두 / 고영민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

평론 2022.02.26

신춘문예평론

1. 몸의 기억에 부여되는 리얼리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쩌면 예술이 끝자락에 도달해 있고 이제 “규정 불가능성”(하이데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현대는 예술 과잉의 시대이자 ‘무(無)예술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헤겔이 비유한 것처럼, 이제는 예술이 인간의 비대해진 욕망을 더는 채워 줄 수 없다는 “예술의 종언”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고 읽는 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대성과 서정성이 미학적으로 반목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은 이분법적 폐쇄성이 낳은 관념적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속성을 탈(脫)서정성에 두려는 해체적 사유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현대성과 서정성은 대척적 개념이 아니라..

평론 202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