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오후/황진숙 나른한 오후다. 세상 만물이 오수에 들었는지 고요하다. 아직 한여름은 도착하지 않았는데 마당의 기운은 습하고 끈적하다. 무심하게 내리쬐는 햇살마저 지루하다.오랜만에 들른 시골집이다. 굳게 잠긴 현관문이 부재중인 주인을 대신에 출입을 막아선다. 낯선 이의 등장에 백구가 요란하게 짖어댄다. 제 밥그릇도 못 알아보는지 찌그러진 양은 냄비가 목줄에 쓸려 마른 먼지를 일으키건 말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마당 한 귀퉁이엔 연탄재가 비닐봉지에 담긴 채 방치되어 있다. 진즉에 두어 계절이 지났건만, 여전히 겨울을 품고 있는 시골집이 답답하다. 며칠째 물을 못 얻어먹었는지 수국이 바짝 말라 시들하다. 보다 못해 수도꼭지를 튼다. 물을 담아서 뿌려줄 요량으로 물뿌리개를 가져다 댄다. 콸콸거리며 쏟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