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유첩(西浦遺帖) / 김이랑 다도해 사연도 많은 물길, 남해도가 어째서 신선의 섬인지 단지 풍광이 수련한 까닭만은 아니외다. 천 리 유배 길, 늙은 말발굽 터벅거리다 보면 부귀와 공명은 발병 나 돌아가고, 남루한 몸뚱이 하염없이 흔들리다 보면 미련까지 죄다 떨어집니다. 뭍에서 떨어져 섬, 섬에서 떨어져 노도 외딴 기슭에 닿으니 이탈하는 것ㅇ느 섬, 밀려난 것도 섬이더이다. 소신所信을 지키는 게 죄가 되는 세상에서 목숨조차 내 것이 아닌 섬이 되었을지라도 해, 달, 별, 비, 이슬, 하늘양식 조석으로 내려오고 하늘과 땅과 사람의 이치를 꿰어놓은 정음正音이 있으니, 관직은 삭탈에 몸은 유배나 시심詩心까지 위리안치*이리까. 초옥에 홀로 앉아 멍든 가슴 고갱이를 갈면 먹물이 바다를 이루어 이를 붓으로 언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