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허정진 직장 생활을 하던 젊은 시절에는 늦은 밤 귀가하는 날이 많았다. 회사 일이 늦거나, 동료와 술 한잔하느라 부랴부랴 막차를 타곤 했다. 막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어딘가 서로 닮아있었다. 고개를 숙였거나 초점 없는 표정으로 차창 밖을 내다보거나, 하나같이 피로에 지치고 어딘지 모르게 삶의 쓸쓸함이 묻어났다. 아무래도 막차라는 심리적 배경이 밥벌이의 고단함이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부추기는 것 같았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보다 막차를 타야만 하는 생에 대한 애환과 번뇌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속울음을 삼키며 누군가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삶을 알려면 막차를 타보라는 말도 그래서일 것이다.‘막차를 탄다.’라는 말이 있다. 뒤늦게 뛰어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