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라면 생각해 볼게요/ 유병숙 “당신, 점심은 드셨어요?” 아버님을 향해 묻는 어머니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방금 두 분이 마주앉아 드셨으면서 그새 잊으셨나 보다. 시어머니는 도돌이표처럼 말씀을 반복하신다. 답답해진 내가 “어머니, 좀 전에도 아버님께 여쭤 보셨잖아요.” 하니 어머니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내가 바보라서 그래. 바보가 다 됐어.” 하며 울음을 터뜨리셨다. 당황한 내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었다. 허나, 울고 싶은 사람은 정작 나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시아버님이 나를 부르셨다. 아버님은 내 눈을 피해 허공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네 어머니는 치매가 아니다. 그냥 건망증이 심하게 왔을 뿐이야. 그렇게 알거라.” 이 무슨 말씀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