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최재영잘려진 나무를 읽는다분주했던 시절들을 기억하는지선명한 경계사이부풀어 오른 물관이 입술처럼, 붉다남쪽으로 기울어진 동심원은따뜻한 생각만으로도 잎을 틔우는 중이다밤새 별들이 머물다 가는 자리아침이면 신생의 이슬방울들 모여들어온 우주를 가만히 불러 들였으리밤낮없이 당신의 생을 접촉하느라어느 지점 등고선이 급격히 휘어지고거기 어디쯤 둥지를 틀었던새들의 족적도 역력한데,북으로 가는 길이었을까다급한 무늬들의 간격으로 폭설이 휘날린다변방으로 내달리는 서늘한 결의처럼나무들의 행간이 촘촘해지고다시, 뜨거운 한 생을 휘돌아나가는 나이테나무는 죽어서도 생장을 멈추지 않는다숲은 경건한 침묵으로 고요하다▶나이테는 나무의 생장을 알 수 있는 척도다. 잘려진 단면을 보면 나무의 성장과정이 보이고 잘려진 나무에서도 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