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박은양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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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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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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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운이 좋은 날은 앞날을 내다볼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의 흔들림은 비루해서 체머리를 앓는 독거노인의 고독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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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혼자인 것이니, 라며 애써 자위를 할수록 모든 날은 으악새 슬피 우는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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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에도 곡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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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음계를 따라 새가 둥지를 짓고 울 줄 아는 것들이 알을 깨고 나오는 밤이면 나는 불면에 시달렸다 선대가 그랬듯이 젓가락을 쥔 손은 떨리고 혀끝은 둔해져 발음이 허투루 새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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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 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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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기침을 하면 어린 새들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허공을 위무하는 날갯짓 아래에서 나는 갈대라는 착각을 하며 여러 해를 살았다 비루한 떨림으로 마디를 세우고 가슴이 벌어지듯 흰 머리카락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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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억새,

억세게 팔자가 세서 억만 마리의 새를 키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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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웃기 위해선 아흔아홉 번을 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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