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佛 / 조현미 수목원에 들어선다. 나무와 나무가 반쯤 몸을 숙이고 객을 맞는 풍경이 흡사 일주문의 맞배지붕을 닮았다. 누군가 반쯤 읽다 만 경전 같기도 하고, 이마를 맞대고 선정을 ㅊ어하는 구도자를 닮은 듯해 사뭇 경건해진다. 한순간 그 많은 번뇌를 벗겠냐마는 나무들이 보시하는 초록 기운에 마음이 한결 가볍다. 바람소리, 새소리에 귀 씻고 들꽃들 염화미소에 마음 얹다 보니 잠시 벗어 놓고 온 일상이 하마 옛날이다. 수목원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나무들이다. 나무는 끌어안을 수 있는 만큼의 하늘만 욕심내며 서로의 그늘을 침범하지 않는다. 이웃을 생각해 둥글게 등이 굽은, 이끼랑 풀, 들꽃이며 새와 곤충들에게 제 몸을 거처로 내주는 배려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자체가 살아있는 한 좌座의 목불이다. 울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