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 김 정 순개울가 너럭바위에 앉아 빨래를 한다. 첫아이를 낳았을 땐 시어머님이 도랑에 나가 손주 기저귀와 내 옷가지를 빨아 주셨는데 지금은 내가 당신 옷을 빨고 있다. 아기였던 아들이 아이 아빠가 되었다. 이십 대였던 나도 예순을 바라본다. 언제까지나 곁에 머물 것처럼 정정하던 당신이셨다. 바쁘게 내닫는 물줄기가 우리네 모습을 떠올린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빨래를 넌 뒤 방에 들어가 시어머님을 깨운다.“어머니, 점심 드세요.”부스스 일어나 앉더니 곰국 한 대접을 순식간에 다 드신다."국맛 어떠세요?"“꿀맛이다. 근데, 넌 왜 여기 있냐?"묻고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눕는다. 시어머님을 모시고 있던 둘째 시누이가 며칠간 집을 비워 이곳에 와 있다. 늘 멀리 떨어져 지내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