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 이발소 / 김정화 삼색등이 빙글 돌아간다. 널브러진 판자 더미 옆에서 육지의 등대인 양 꿋꿋하다. 달동네 고갯길 모퉁이에 선 이층 이발소, 주변은 올해부터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주 명령이 떨어지자 철거촌의 으스스한 분위기에 짓눌린 주민들은 예상보다 서둘러 짐을 꾸렸다. 몇 개의 점포들만 남아서 버티더니 지난달에는 단골 김밥집과 쌍둥이네 떡집도 시장으로 터전을 옮겨갔다.저 이발소, 유행에 뒤처지고, 미용실과의 한판 승부에 밀리고, 이제 개발의 대열에서마저 낙오될 지경에 이르렀다. 한때 나는 저곳을 드나든 적이 있다. 십오륙 년 전 이발사 부부의 연년생 아이들에게 글쓰기 지도를 했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가정집을 개조한 일층 이발소 문을 열고 이층으로 향하는 좁고 가파른 계단길을 올랐다.이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