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좋은 시

곶감 / 김정서

에세이향기 2025. 4. 6. 08:54

곶감 / 김정서

 

 

한 때 

태가 고왔다

모난 곳 없이 둥근 몸

탱탱한 속살에 

사치스럽지 않게 붉었었다

높게 매달려 바람을 휘저을 때

등불같이 환해서

고독하거나 외롭지도 않았다

 

껍질 벗은 붉은 속살로

처마 끝에 매달려

단내를 풍기며 이름을 털어 낼 때

어줍어줍 슬픈 건지 설운 건지

차라리 편한 건지

이슬 같은 눈물이 돌기도 했다

 

커다란 꽃받침에 업혀

피고 지고 익어가던 시간들이

한줄기 펄럭였던 바람임을 알 때쯤

절로 베어나는 단맛에

쫀득해진 이름이

나쁘지 않다

 

그래 좋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리지 않는 문 / 남호순  (0) 2025.04.06
우리 동네 집들 / 박형권  (0) 2025.04.06
장독대 / 심은섭  (0) 2025.04.06
만두 / 박은영  (0) 2025.04.01
모퉁이 수선집 / 박일만  (0)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