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 김정서
한 때
태가 고왔다
모난 곳 없이 둥근 몸
탱탱한 속살에
사치스럽지 않게 붉었었다
높게 매달려 바람을 휘저을 때
등불같이 환해서
고독하거나 외롭지도 않았다
껍질 벗은 붉은 속살로
처마 끝에 매달려
단내를 풍기며 이름을 털어 낼 때
어줍어줍 슬픈 건지 설운 건지
차라리 편한 건지
이슬 같은 눈물이 돌기도 했다
커다란 꽃받침에 업혀
피고 지고 익어가던 시간들이
한줄기 펄럭였던 바람임을 알 때쯤
절로 베어나는 단맛에
쫀득해진 이름이
나쁘지 않다
그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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