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5/04/25 2

산나물/이화은

산나물 이화은 시집 온 새댁이 산나물 이름 서른 가지 모르면 그 집 식구들 굶어 죽는다는데 ― 가죽나무 엄나무 두릅나무 오가피 참나물 참취 곰취 미역취 개미취 머위 고사리 고비 돌나물 우산나물 쇠뜨기 쇠무릎 원추리 방아풀 메꽃 모싯대 비비추 얼레지 홀아비꽃대 노루오줌 환삼덩굴 마타리 상사화 꿩의다리 윤판나물 자리공 촌수 먼 친척 같기도 한 동네 동무 같기도 한 귀에 익은 듯 낯선 이름들가난한 가장의 착한 반려자처럼 덩그러니 밥 한 그릇고기반찬 없는 적막한 밥상 사철 지켜 주던, 생으로 쌈 싸먹고 무쳐 먹고 국 끓여 먹고말렸다가 나물 귀한 겨울철 묵나물 먹기도 하지만그 성질 마냥 착하고 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홀로 견뎌낸 산 속 소태 같은 세월어르고 달래어 그 외로움..

좋은 시 2025.04.25

망새 / 이 은 희

망새 / 이 은 희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도깨비다.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난다. 참으로 익살맞다. 그가 내게 농을 걸듯 장난기가 얼굴에 가득하다. 툭 불거진 눈, 굵고 짙은 눈썹과 수염, 헤벌어진 입이 섬뜩하다. 그러나 가지런한 이빨과 웃음 띤 얼굴은 친근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나를 사로잡은 거구의 기왓장인 망새다. 한껏 멋을 살린 날짐승의 꼬리를 닮은 몸체. 한 사람이 들기엔 규모가 크다. 그래선지 코를 경계로 상하 두 쪽으로 분리되어 있다. 옆면의 가장자리가 새의 날개처럼 층이 진 깃털모양이고, 뒷면은 상하 해와 달을 상징하는 둥근 구멍이 나 있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스치고 지나버릴 틈새, 그곳에 그의 얼굴이 가려져 있다.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임을 눈치 챘는가 보다. 무언의 ..

좋은 수필 202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