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도구/강정숙
검푸르게 변색된 옛 수저를 닦는다
두툼했던 살집은 시나브로 얇아졌다
닳아진 그 시간만큼 손잡이도 굽었다
문지르면 지워질까 검정 때 묻은 날들
쓸쓸했던 사연은 벼리면 빛이 날까
먹먹한 시간을 건너 다시 피는 문양들
신접살림 1호 보물이 퇴물이 되기까지
모래 밥 소금 찬饌도 마다 않고 퍼 올렸던
나란히 또 어긋난 채, 달그락대는 수저 두벌
-강정숙, 《시조21》 2024·겨울, 목언예원,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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