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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도구/강정숙

에세이향기 2026. 5. 25. 10:56

거룩한 도구/강정숙

검푸르게 변색된 옛 수저를 닦는다

두툼했던 살집은 시나브로 얇아졌다

닳아진 그 시간만큼 손잡이도 굽었다

문지르면 지워질까 검정 때 묻은 날들

쓸쓸했던 사연은 벼리면 빛이 날까

먹먹한 시간을 건너 다시 피는 문양들

신접살림 1호 보물이 퇴물이 되기까지

모래 밥 소금 찬饌도 마다 않고 퍼 올렸던

나란히 또 어긋난 채, 달그락대는 수저 두벌

-강정숙, 《시조21》 2024·겨울, 목언예원,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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