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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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장작/정경화

에세이향기 2026. 5. 25. 10:48

장작/정경화

그대에게 가는 길은

내 절반을 쪼개는 일

시퍼런 도끼날이

숲을 죄다 흔들어도

하얗게

드러난 살결은

흰 꽃처럼 부시다

그대 곁에 남는 길은

불씨 한 점 살리는 일

바람이 외줄을 타는

곡예 같은 춤사위에

외마디

비명을 감춘 채

아낌없이 사위어 간다

그대 안에 이르는 길은

기어이 재가 되는 일

화농으로 굳은 상처

달빛으로 닦다 보면

비로소

쌓이는 적멸,

솔씨 하나 묻는다

-정경화, 『풀잎』, 동학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