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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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늙은 가스렌지/우정숙

에세이향기 2026. 5. 25. 10:26

늙은 가스렌지

 

우정숙

처음엔 파란 불꽃 그을음도 없었다

손끝 살짝 닿으면 찌지직 스파크 일고

두 눈빛 알전구처럼 총명하고 맑았다

 

어느새 미간의 주름 까맣게 새긴 저녁

옆구리 툭툭 치며 어제 일도 기억 못 해

또 하루 거꾸로 더듬다 되물어 다그친다

 

강도 높던 점화력도 스르르 기가 죽고

깜박깜박 멀어지는 충전의 시간 위로

무덤덤 말수는 줄고 정물로나 앉았다

-우정숙, 『문득,』, 목언예원,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