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이달균
골목길 미용실에선 수다꽃이 피었습니다
커트가 어떻고 파마는 또 어떻고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끝나지 않습니다
어제는 모종비, 오늘은 가루비
미용실 앞 작은 텃밭엔 강냉이 새싹들이
이모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 구경 한창입니다
―이달균(1957-)
동네 사람들의 단골집 미용실에선 손님 여럿이 모여서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다. 조금은 쓸데없는 말이 들어 있고, 또 조금은 쓸데없이 말수가 많지만 그 얘기가 꿀처럼 달기만 하다. 이런저런 얘기가 끝없고, 그 얘기 소리는 한데로 문 열고 나오듯 바깥으로도 들려온다. 바깥에는 비 자분자분 내리는데, 어제는 모종하기에 딱 좋은 비가 오고, 오늘은 가루처럼 잘게 부스러지듯이 비가 오고, 바깥으로도 들려오는 얘기 소리는 빗소리와 섞였을 테고, 얘기 소리는 빗소리가 되었을 테다. 미용실에서 이모들이 무슨 얘기를 하든지, 그 얘기가 끝날 듯 말 듯 하든지 강냉이 새싹들은 마냥 비가 반갑고 맛보는 세상이 흥미롭기만 하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살면서 그러거나 말거나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여길 줄도 알 일이다. 낱낱이 따지고 캐어묻고 살 수는 없으니. 시인은 시집을 펴내며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오늘은 또 말줄임표로”라고 썼다. 조금은 이렇게 살 때 아량과 여유가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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