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그린 추상화 / 려원 눈앞에 거대한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가 펼쳐져 있다. 레드와 오렌지가 뒤섞인 무제 無題다. 하루 종일 달궈진 해가 서서히 바닷물 속으로 몸을 담근다. 뜨거운 조각들이 산산이 흩어지면 바다는 열기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불의 알을 삼키기 직전, 바다는 혀가 엘까 잠시 머뭇거린다. 그 머뭇거림의 순간, 오렌지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바다는 오렌지가 뒤섞인 레드로, 레드가 뒤섞인 오렌지빛으로 타오른다. 불의 알이 아주 작은 공처럼 보일 때쯤이면 바다는 비로소 긴 혀를 내밀어 휘감는다. 적당히 말랑말랑한 불의 알을 삼킨 바다는 붉게 타오르고 밤이 깊도록 뜨거움을 기억한다. 검푸른 어둠이 끝없이 물결을 타고 밀려오고 밀려갈 때 바다는 잠들지 않고 소리로 존재한다. 손에 잡히지 않는 암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