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5/01/03 2

삶의 최소단위, 숟가락 / 마혜경

삶의 최소단위, 숟가락 / 마혜경   조용히 밥을 먹는다. 밥을 먹을 땐 말을 하지 않는다. 나에게 밥은 하루만큼의 태엽이고 끈끈한 다정함이다. 어둠과 고통이 밀려올 때마다 밥이 그리워진다. 나에게 말은 의미의 모양이며 활짝 열리는 관계의 끈이다. 밥이 키운 말들이 따뜻한 손이 된다고 들었다. 그러므로 입은 소리를 찍어내는 틀이자 생명을 불어넣는 밥의 입구가 된다. 밥을 먹을 때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들어가는 밥과 나오려는 소리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말하면서 밥을 먹을 때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온전히 들어가야 할 밥과 오롯이 나와야 할 소리가 같은 지점에서 만나면 무척 낯설어진다. 난 그날 이후로 목구멍에서의 이 어색한 조우를 정리했다. 밥은 밥대로, 소리는 소리대로 받아들이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

좋은 수필 2025.01.03

희망의 단서 / 이성환

희망의 단서 / 이성환     실바람에도 흔들린다. 손쉽게 꺾일 만큼 연약하지만 제 뜻을 굽히지는 않는다. 그것들이 팔짱을 끼고 엮이면 쉽게 떼어 낼 수 없는 힘받이가 된다. 사물을 지탱하고 뭇 생명에게 도움을 주는 자들의 위대한 힘이다.  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짚신이나 똬리, 달걀 망태가 눈길을 끈다. 메줏덩이를 매단 서너 가닥 지푸라기나, 쌀 한 섬이 거뜬히 담기는 가마니가 새삼스러운 느낌이 든다. 짚풀을 꼬고 엮는 손재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지 싶다.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 듯 미약한 몸피가 어떻게 무거운 것을 받아들이고 지탱할까. 약하고 허름한 것이 칡 줄기처럼 실하게 되는 동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얼핏 보면 알맹이는 가고 껍데기만 남아 있다. 사물의 중심이 아닌 군더더기에 불과..

좋은 수필 202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