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 전선용
중력의 힘이다
온통 솟구치려고 안간힘 쓰는 세상에
내려놓는 엄동의 아름다운 힘이
경이롭다
처마 끝에 매달린 종유석
동장군의 창은 날카롭고 영롱하다
북풍을 들이켜고 내뱉지 않는 숨통이 부레처럼 부풀다가
봄이 되면 박하 향 같은 시원한 바람을 줄 것 같은
얼음 목어의 청량함
살면서 저리 깨끗한 속을 지닌 사람 있던가
꽁꽁 얼어붙은 빙결이 선비 수염처럼 곧다
바람이 가리킨 구불구불한 이정표
순리대로 살아온 존재의 내력엔
우주의 하얀 세포가 살고있다
무엇을 위해 사냐고 말하지 마라
그저 아래만 바라보고 산다
육신을 녹여 속을 보여준다는 것은
너와 가까이하고 싶다는 암시
때묻지 않은 영혼이 녹아 시나브로 고이는 순결
저 투명한 피를 내가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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