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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달/천양희

에세이향기 2026. 3. 26. 12:04

마음의 달/천양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忘草 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 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달은 잔잔한 흥취를 가지고 있다. 은근한 감수성이 있는 달은 여린 마음을 보살핀다. 가슴 속에 마음의 달을 간직해 본 사람은 안다. 달이 비추는 밤, 달빛을 받아 홀로 걸어 본 사람은 알 수 있다. 마음이 어두워 세상이 다 깜깜하게 보일 때 달밤을 걸으면 송화 가루처럼 달빛이 온몸에 뿌려지는 것을 느낀다. 온화한 미소처럼 편안해지고 부드러운 손길처럼 안온해진다.

둥글게 살지 못했던 사람은 달빛을 얻어 자신의 각이 물러나게 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기에 달을 보고 저절로 절을 하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것만큼이나 간절한 삶이 앞에 놓여 있다면 달을 보실 것. 삶의 칼에 상처 나고 사람들의 날카로운 말 송곳에 찔려 본 사람은 필히, 달이 떠오를 때 망연히 바라보시라. 얼마나 다정하게 마음을 쓸어 주는지, 얼마나 편안하게 쓰다듬어 주는 지, 분명 느낄 것이다. 달도 빛에 꺾여 초승달도 되었다가 그믐달도 되는 것이라고 위로해 준다. 이 세상 혼자만 아니다고, 늘 곁을 지켜주는 달도 있으니 외로워하지 말라고 토닥거려준다. 스르르 풀리는 마음 한 귀퉁이. 들숨 속으로 달이 들어 와 마음 방석에 앉는 것이 보인다. 가시나무로 울타리 친 내 마음에 달은 슬며시 찾아 와 내 마음을 환한 보름달처럼 밝혀 놓고 간다.

<수필가 박모니카> 경상매일신문,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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