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오정국
매미가 허물을 벗는, 점액질의 시간을 빠져나오는, 서서히 몸 하나를 버리고, 몸 하나를 얻는, 살갖이 찢어지고 벗겨지는 순간, 그 날개에 번갯불의 섬광이 새겨지고, 개망초의 꽃무늬가 내려앉고, 생살 긁히듯 뜯기듯, 끈끈하고 미끄럽게, 몸이 몸을 뚫고 나와, 몸 하나를 지우고 몸 하나를 살려 내는, 발소리도 죽이고 숨소리도 죽이는, 여기에 고요히 내 숨결을 얹어 보는, 난생처음 두 눈 뜨고, 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_고두현 (0) | 2026.05.04 |
|---|---|
| 자존심:자존감/김소연 (0) | 2026.05.01 |
| 책장/한인숙 (0) | 2026.05.01 |
| 골목에서 울다/고경숙 (0) | 2026.05.01 |
| 고궁의 사랑/김경희 (0) | 2026.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