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 설소천 석양이 창가에 머물러 있다. 저토록 가슴 설레게 아름다운 풍광이 오늘따라 왜 이다지 서글프게 느껴지는지. 내 눈에만 그럴까. 말없이 저무는 것에 대한 고통을 잠시 엿보았던 때문일까. 구순이 까까운 사람 중에 세탁소에 옷을 맡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 가게 오랜 단골인 이천댁과 섭이 할매는 그렇다. 내가 처음 가게를 시작한 때부터 두 분을 알고 지냈으니 수십 년 세월만큼 안면이 두텁다. 이웃에게 듣기로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우리 동네로 시집왔다고 한다. 평생을 제 자리에서 동네를 지켰으니 마을 역사의 한 부분이라 해도 과장은 아니다. 이천댁은 누가 봐도 복 많은 사람이다. 부잣집 맏며느리에 살림은 풍족했고 자식들은 건강했다. 잘 자란 자식들이 공부도 잘해 남들은 삼수, 사수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