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대리점 / 윤순호 맑게 가라앉은 취기를 홀짝홀짝 소주병에 털어넣던 소주병이 고스란히 속을 비우고 모여든다 짝으로 팔려나간 알콜의 행방은 짐짓 사방에서 발화 중 거나한 스트레스가 날려버렸다 술자리마다 숱한 이야기를 채집해 온 빈병은 비밀을 공유할 뿐 발설이 없다 소심한 애주가일수록 시원하게 뱉어내지 못한 마음을 굳이 공병에 담아 밀봉을 해 오기도 한다 일콜의 최후는 폭발하는 것 남은 사연은 꺼이꺼이 눈물로 쏟거나 고래고래 노래방을 전전한다 지방간 진단과 알콜의 상관은 의사들의 기우일 뿐 세상 시름에 한숨을 받아준 공병들이 노란 벌집에 매출을 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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