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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대리점 / 윤순호

에세이향기 2025. 2. 23. 09:13

 

 



스트레스 대리점 / 윤순호


맑게 가라앉은 취기를 
홀짝홀짝 소주병에 털어넣던 소주병이
고스란히 속을 비우고 모여든다


짝으로 팔려나간 알콜의 행방은
짐짓 사방에서 발화 중
거나한 스트레스가 날려버렸다
술자리마다 숱한 이야기를 채집해 온 빈병은
비밀을 공유할 뿐 발설이 없다
소심한 애주가일수록
시원하게 뱉어내지 못한 마음을
굳이 공병에 담아 밀봉을 해 오기도 한다
일콜의 최후는 폭발하는 것
남은 사연은 꺼이꺼이 눈물로 쏟거나
고래고래 노래방을 전전한다
지방간 진단과 알콜의 상관은
의사들의 기우일 뿐


세상 시름에 한숨을 받아준 공병들이
노란 벌집에 매출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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