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집 / 곽요환
지도에 없는 길 하나를 만났다 엉엉 울며 혹은 치미는 눈물을 삼키고 도시로 떠난 지나간 사람들의 그림자 가득해 이제는 하루 종일 오는 이도 가는 이도 드문 한때는 차부였을지도 모를 빈 버스 정류소 그곳에서 멀지 않은 비포장길 지금 어디에 있다고 너 어디로 가야 한다고 단호하게 지시하던 네비게이션 소리도 멈춘 지 오래 텅 빈 인적 없는 한적함이 두려움으로 찾아드는 길섶에 두려운 마음을 접고 차를 세웠다 오래전 서낭신이 살았을 법한 늙은 나무를 지나 교목들이 이룬 숲에 노루 울음 가득한 여름 산길 하늘엔 잿빛 날개를 편 수리 한 쌍 낮게 날고 투명하고 차가운 개울 몇을 건너 굽이굽이 난 길이 더는 없을 법한 모퉁이를 돌아서도 한참을 더 걸은 뒤 고즈넉한 밭고랑 황토 짓이겨 벽 붙이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곡식 창고 함석지붕을 머리에 인 처마가 깊은 집이 있다 산나물이 들풀처럼 자라는 담도 길도 경계도 인적도 없는 이곳은 세상에 대한 기억마저도 비워낸 것 같다 그래서 지도에 없는 길이 끝나는 그곳에 누구도 허물수 없는 집 한 채 온전히 짓고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