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륭의 「하품」평설 / 홍일표 하품 김륭 사월, 벚꽃나무 아래 김밥 싸놓고 싸웠다 김밥 한 줄 먹여주지 못하고 애인이랑 싸웠다 명박이 때문에 싸웠다 병든 아비걱정 까먹고 공부 못하는 자식걱정 팽기치고 명박이 때문에 싸우다니, 할 일이 그렇게 없냐고 햇살이 쿡, 쿡쿡 눈구녕을 찔렀다 씨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거지발싸개 같은 봄날이었다 서로 살을 섞었지만 가보지 못한 곳이 있었다 이 비겁한 눈구녕, 이 치졸한 눈구녕, 이 더러운 눈구녕, 썩고 썩어 곪아터진 눈구녕 가득 애인이 폭삭, 늙었다 저만치 개나리 샛노랗게 웃었다. 눈구녕 깊숙이 봇짐 내려놓고 나비를 풀어주었다. —《시와 경계》2010년 봄호———김륭 / 1961년 경남 진주 출생. 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