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를 기다리며 / 오정순 담장 너머로 대광리 역사驛舍*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기적소리가 울릴 때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기차를 바라보곤 했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이 마치 실타래가 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니는 기차는 시계나 다름없었다. 알람 같았던 첫차의 기적소리에 잠을 깨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신랑이 다음 기차를 타고 출근을 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그뿐 아니라 빨래를 삶거나 곰국을 끓이는 등 집안일을 할 때도 기적 소리를 듣고 시간을 가늠했다.기적 소리는 아침과 오후 그리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마다 달랐다. 아침은 그날 해야 할 일에 대한 결의처럼 씩씩함이 넘쳐났다. 오후가 될수록 그 소리는 해 그림자처럼 늘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