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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밥상을 차리며/문숙

에세이향기 2026. 4. 11. 21:41

밥상을 차리며

문숙

 

어느 문학상시상식에 가서 축하 반 부러움 반을 섞어 박수를 치다가

상복 없는 시인들끼리 모여 서로서로 시 좋다고 칭찬하다가

문학상은 못 받아도 밥상을 받고 산다는 한 시인의 농담에 웃어주다가

밥상이 문학상 보다는 수천 배는 값진 것이라고 맞장구치다가

밥은 없고 술만 있는 자리에서 헛배만 채우다가

집에 와서 밥상 차린다

일생 가장 많이 한 일이 나 아닌 너를 위해 밥상 차린 일임을 생각하다가

오나가나 들러리 밖에 안 되는 신세에 물음을 가져보다가

훌륭한 걸 따지자면 상 받는 일보다 상 차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한 번쯤 상이든 밥상이든 받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다가

이런 마음이 내가 나를 들러리로 만드는 것이라 반성을 하다가

이번 생은 그냥 보험만 들다가 가겠구나 생각하다가

밤새도록 나를 쥐었다 놓았다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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