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부부 / 박일만
무릎 연골이 다 닳아
남편은 왼쪽다리 펴고
아내는 오른쪽다리 펴고 마주 앉으니
발바닥끼리 기막히게 맞댄 꼴이다
빈집 가득한 섬에서
태풍 온다는 소식에 문 닫아걸고
바깥출입 생략한 두 부부가
화투를 치면
오고 가는 동전 대신 수첩에 적힌 숫자가
저희끼리 치열하다
자식들 육지로 죄다 내보내고
늘그막의 두 내외가 시간도 잊었다
엎치락뒤치락 펄럭이며
오락 같은 삶을 살아온 부부
두 사람만 덩그렇게 남은 집안에
꼼지락꼼지락 훈풍이 돈다
앞 끗발도 뒤 끗발도 소용치 않은 세월이
물결 따라 저 혼자 오고 가는 섬집
바람이 세차면 풀처럼 잎을 접고
파도가 거세면 바위처럼 몸을 접고 살아온
생애가 우물처럼 오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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