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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섬부부 / 박일만

에세이향기 2026. 5. 1. 20:39

섬부부 / 박일만

 

 

무릎 연골이 다 닳아

남편은 왼쪽다리 펴고

아내는 오른쪽다리 펴고 마주 앉으니

발바닥끼리 기막히게 맞댄 꼴이다

 

빈집 가득한 섬에서

태풍 온다는 소식에 문 닫아걸고

바깥출입 생략한 두 부부가

화투를 치면

오고 가는 동전 대신 수첩에 적힌 숫자가

저희끼리 치열하다

 

자식들 육지로 죄다 내보내고

늘그막의 두 내외가 시간도 잊었다

 

엎치락뒤치락 펄럭이며

오락 같은 삶을 살아온 부부

 

두 사람만 덩그렇게 남은 집안에

꼼지락꼼지락 훈풍이 돈다

 

앞 끗발도 뒤 끗발도 소용치 않은 세월이

물결 따라 저 혼자 오고 가는 섬집

 

바람이 세차면 풀처럼 잎을 접고

파도가 거세면 바위처럼 몸을 접고 살아온

생애가 우물처럼 오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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