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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자비 출판 / 이화은

에세이향기 2026. 5. 1. 20:32

자비 출판 / 이화은

 

어떤 시인은

창작 지원금이라는 불룩한 이름으로 시집을 내고

시집을 냈다 하면 매번

기름진 상금의 과녁을 명중시키는

명사수 같은 시인도 많은데

시가 두엄두엄 쌓이면

나는 또 한 번 내 시에게 미안해진다

등록금 없이 등 떠밀어 학교 보내는

무능한 가장처럼

부실한 혼수에 얹어 시집보낸

좌불안석 딸 둔 에미처럼

짝 없이 늙어가는 저것들을 또 어찌해야 하나

세상의 자비는 늘 내게서 너무 멀리 있으니

내 피와 살을 먹여 키운

둥기둥기 어여쁜 내 새끼들 살가운 문둥이들

후한 인세라는 꽃가마로 모셔갈, 그런

대자대비 출판사는 진정 없는 것일까

두엄더미위에 노란 민들레꽃 한 송이

철없이 방긋 웃는, 지금은 다시 詩같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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