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출판 / 이화은
어떤 시인은
창작 지원금이라는 불룩한 이름으로 시집을 내고
시집을 냈다 하면 매번
기름진 상금의 과녁을 명중시키는
명사수 같은 시인도 많은데
시가 두엄두엄 쌓이면
나는 또 한 번 내 시에게 미안해진다
등록금 없이 등 떠밀어 학교 보내는
무능한 가장처럼
부실한 혼수에 얹어 시집보낸
좌불안석 딸 둔 에미처럼
짝 없이 늙어가는 저것들을 또 어찌해야 하나
세상의 자비는 늘 내게서 너무 멀리 있으니
내 피와 살을 먹여 키운
둥기둥기 어여쁜 내 새끼들 살가운 문둥이들
후한 인세라는 꽃가마로 모셔갈, 그런
대자대비 출판사는 진정 없는 것일까
두엄더미위에 노란 민들레꽃 한 송이
철없이 방긋 웃는, 지금은 다시 詩같은 봄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궁의 사랑/김경희 (0) | 2026.05.01 |
|---|---|
| 섬부부 / 박일만 (0) | 2026.05.01 |
| 개심사 겹벚꽂 / 박일만 (0) | 2026.05.01 |
| 밥주걱 / 박경남 (0) | 2026.05.01 |
| 질그릇 / 오세영 (0) | 202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