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 겹벚꽂 / 박일만
이혼을 앞둔 부부가
다짐이나 하자고 함께 절에 들었다
올라오는 길
일주문 밖에서
갈등을 섞은 비빔밥 먹은 게 탈이나
부부는 제 각각
절 뒤 격조 높은 해우소에 황급히 들었는데
쪼그려 앉아서 바라보는 벚꽃이 하필
겹벚꽃이었다
홑꽃은 여리고 일찍 사그라지나
겹꽃은 꽃잎끼리 둘러져 오래 핀다
꽃잎도 겹치면 저렇게 화려하고 오래 가는데
하물며
사람이 둘이면 혼자보다 낫지 않겠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순간
묵직하게 차있던 뱃속 돌덩이가
올 때 마음을 데리고 쑤욱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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