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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오줌 누고 싶다 / 이규리

에세이향기 2026. 4. 19. 10:12

서서 오줌 누고 싶다 / 이규리

여섯 살 때 남자 친구 소꿉놀이 하다가

쭈르르 달려가 함석판 위로

기세 좋게 갈기던 오줌발에서

예쁜 타악기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좋아, 그 소릴 내고 싶어

그 아이 것 빤히 들여다보며 흉내냈지만

어떤 방법, 어떤 자세로도 불가능했던 나의

서서 오줌 누기는

목내의를 다섯 번 적신 뒤, 축축하고

허망하게 끝났다

도구나 장애를 한 번 거쳐야 가능한

앉아서 오줌누기는

몸의 길이 서로 다른 때문이라 해도

젖은 사타구니만큼이나 차가운 열등이었다

그 아득한 날의 타악기 소리는 지금도 간혹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로 듣지만

그 소리엔 젖어 축축한 그늘이 있다

서서 오줌 누고 싶다

마지막 한 방울의 우울까지 탈탈 털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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