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기와
허영숙
우체부가 바람을 던져 놓고 가도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집
밤이면 고양이들이 푸른 눈빛을 켜드는
오래된 빈집에
언제부터 들어와 살았나
낡은 전선줄을 타고
지붕을 새로 올리는 담쟁이
땡볕이 매미 울음을 고음으로 달구는 한낮에도
풋내 나는 곡선을 하늘하늘 쌓아올리는
저 푸른 노동
질통을 지고 남의 집 지붕을 올리던 가장家長이
끙끙 신열을 앓으며 뒤척일 때
얼핏 들여다 본 어깨의
멍자국 같은,
[감상]
생각만으로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시절을 무성하게 덮은 담쟁이 넝쿨도
땡볕이며 비바람 마다하지 않고 푸른 허공을 길어 올린
고픈 노동의 손금일 터이다
한 가정을 꾸리고 기업을 경영하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일
또한 담쟁이의 거친 손금과 닮아 있는 것을 본다
담쟁이의 푸른 기왓장에서
온갖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무거운 질통을 한 뼘씩
길어올리는 참 노동의 경건함을 읽는다 (양현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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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fnews.co.kr/news/article.html?no=36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