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곶
최정신
소리 내어 울, 일이 산, 만큼 쌓이는 날이 있다
천 개의 손짓으로 천 개의 합장을 밀고 오는
간절곶에 파도가 산다
산다는 건 밀리고 밀리는 일
물살이나 뭍살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출렁이며 지글거린다
바람이 간짓대 포구에 실없는 말을 건다
포말이 하얀 이를 들어내 대꾸를 한다
저들도 혼자는 외로웠나 보다
기척 없이 오는 봄도 제 분에 겨워 저무는 중이라고
아직도 들어야 할 짜디짠 푸념이
모래주름 현을 뜯는다
화암化巖 주상절리에 핀 겹겹 사연은 언제 가서 다 듣나
억겁을 퍼 내어도 마르지 않는 시간 앞에
삭제한 다짐이 로그인 된다
예매를 빌미로 몸은 부산하고
마음만 사나흘 주저앉아 그렁그렁 깊어진다
[감상]
산다는 일은 이리 치이고 저리 부딪히며 스스로를 몽글리는 일일 것이다.
세상과 어울리고 섞이다 보면, 왜 울 일이 없겠는가
때로는 혼자 출렁이며, 때로는 함께 울렁거리며
거친 풍랑을 헤쳐가는 일이라고, 푸념같은 일상을 마름질하는 일이라고
간절곳 파도가 혼자 깊어간다.
화암 주상절리에 두고 온 마음이 아직도 그렁그렁,
간절해지는 시간이다 (양현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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