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맛을 안다는 것 / 윤혜주 무 맛을 알았다. 아무 맛 없다고 타박했던 그 맛을 이순에야 알았다. 땅심 먹고 자란 식물 중 가장 자연적인 그 맛을 내 입이 알기까지는 참으로 오래 걸렸다. 편안하게 입안 가득 수분을 채워주다 천천히 제 몸을 우려내 주재료에 어우러져 드는 착한 맛. 누구나 만나지 못해도 늘 마음 언저리를 채우는 사람이 있듯, 어떤 맛에서도 일인자의 자리를 넘보지 않는 어련무던한 맛.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른 이에게 조용히 베풀면서 행복해하는 그런 사람 같은 무 맛을 안다는 건, 인생의 오감을 느낌으로 마주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증거리라. 땔감 준비와 움을 파는 것으로 아버지의 겨우살이 준비는 시작되었다. 겨울이면 내 유년의 텃밭엔 크고 작은 움들이 하얀 눈 봉우리를 하고 올망졸망 앉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