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의 사계/이미애참 오래전 내 삶의 조각이지만 여전히 그리운 옛일이 되었다. 희뿌연 도심의 공해를 떠나 고저늑한 어촌의 일몰이 좋아 많은 걸 포기하며 선택했다. 그 시작은 건강이 날마다 악화되면서 결심한 일이었다. 한 폭의 풍경화를 옮겨놓은 듯한 항구가 시야를 환히 가르고 넝쿨진 숲이 마치 우리를 품을 듯해 그 한가운데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하루가 저물고 바다도 제집으로 찾아들면 마루에서 멀찍이 보이는 등대에 사계가 오롯이 머물고 있었다.봄이 되면 윤기가 자르르한 멸치가 포구에다 가장 먼저 눈인사를 매 꽂는다. 마을 어귀마다 포구에서 떠밀려온 비린내가 후각마저 메스껍게 만들지만 그건 차츰 어촌만의 진풍경이 된다. 고된 노동의 시름을 담아낸 어부들의 힘찬 노동요는 어깨 자락을 타고 구릿빛 얼굴에 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