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여자/박영란 내 어깨와 팔을 지탱하던 힘줄 하나가 끊어졌다. ‘극상근’이라고 이름 불리는 하나가 고무줄처럼 끊어졌다는 소식이었다. 아울러 ‘어깨회전근개파열’이라는 병명이 주어졌다. 들여다볼 수도 접근할 수도 없는 그곳에 무엇 때문에 이런 아수라장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하긴 얼굴에 생긴 뾰루지 하나도 생겨난 이유를 모른다. 하물며 육백여 개의 근육과 약 이백 개의 뼈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 구석구석에 자리한 오장육부와 그 사이로 정맥과 동맥이 어떻게 피돌기를 하는지, 어젯밤 먹은 야식이 위장을 거쳐 어떻게 대장으로 가서 똥이 되는지. 그 멀고도 가까운 내 안의 비밀을 어떻게 알겠는가. 바지의 고무줄도 끊어지면 버리든 갈아 끼워야 하듯, 사람에게도 이럴 때 수술이라는 방편이 있다. 아직은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