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표 새까맣고 조그만 동그라미에 꼬리가 돋았다. 앙증맞고 분명하고 단정하면서도 꼬리 때문인지 한결 여유가 있어 보인다. 삶의 중심에 항상 머물러 있는 것이었는데 처음 눈에 띄듯 경이롭다. 겉으로 보기에 초라하기만 한 작은 점 하나는 시선을 끌만한 어떤 것도 갖춘 것이 없다. 그저 화려하게 늘어선 언어들의 도우미로 분주하다. 때로는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된다. 더러는 미세하고 이슬처럼 영롱한 감성이 넘나들며 시간 속의 시간을, 시작 속의 시작을 만들어 내는 길이 된다. 본디 말이 없는 쉼표는 한 템포 늦춘 여운 속에 떨림과 보이지 않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 생각 할 수 있는 넉넉함과 쓰고도 남음이 있는 여분을 깔아 놓는다. 문장과 단어 사이 속에 몸을 숨긴 채 의미를 조절하는 주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