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의 이야기 / 김 경 비가 내린다. 여름엔 그토록 야박하더니 가을 들어 장맛비처럼 퍼붓는다. 마치 누군가의 미련 같다.때마침 라디오에서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한때 김태원이 이끄는 록그룹 「부활」에 빠져서 전국 콘서트를 따라다닐 때 엔딩 곡으로 어김없이 등장하던 노래다. 화려한 조명 아래 비의 영상이 펼쳐지고 보컬이 혼신을 다해 무대를 장악하면 마지막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절절한 노랫말이 모두들 까무러치게 했다.김태원이 열일곱 살에 썼다는 이 곡은 비오는 날 들어야 제격이다. 그것도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어두컴컴한 날 홀로 음률 속을 헤매노라면,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이된다. 내게도 언젠가 비오는 날의 약속이 있었고, 그 약속을 지키지도 못한 채 떠나간 사랑이 존재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