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5/02/08 2

저녁 한 때를 소요하다 / 김애자

저녁 한 때를 소요하다 / 김애자  행2025. 2. 2. 4:00URL​저녁 한 때를 소요하다 / 김애자  나는 11월을 좋아한다. 11월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경계선에 놓인 징검돌이다. 단풍의 축제도 11월 중순이면 막을 내린다. 여기저기에서 나뭇잎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제물에 시나브로 떨어진다. 산책길은 물론 아파트 보도블록 위에서도 발자국을 떼 놓을 적마다 자박자박 밟힌다. 그야말로 일엽지추(一葉知秋)다. 떠날 때를 스스로 알고 돌아가는 잎들의 소연한 귀의가 아름답고도 쓸쓸하다. 현자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우주의 질서라 하였다.우주의 질서는 참되다. 소멸하는 것들이 있어야 태어나는 것들이 생긴다. 11월은 멸하는 것들뿐이다. 추수를 마치니 논도 밭도 텅 빈다. 텅 비어야 논두렁과 밭두렁이 보..

좋은 수필 19:49:10

나, 물이라네 / 이문자

나, 물이라네 / 이문자나, 물이라네 / 이문자 행복한 루치아 025. 1. 22. 4:00U나, 물이라네 / 이문자RL 본문 기타 기능나, 물이라네/이문자  나, 물이라네 생명의 근원이며, 변신의 귀재, 신비의 표상이라 일컫지. 온갖 생명체가 나로 인해 태동했으니 창조주가 발휘한 기적 중 실로 으뜸이 아닌가. 하고많은 행성 중 이 별에만 베푼 은전(恩典)이었으니, 지구별에만 허락한 편애 아니냐고 다들 불만일 걸세. 태양계 세 번째 초록별에 만물의 영장을 출현시킨 장본인인 내가 생각해도 이 별에 헌신한 공은 날 능가하는 존재가 없지 싶어.​ 난 멈춰 있을 때는 고요의 상징이지. 한없이 부드럽고 순하여 내 몸이 어디에 담기든 불평 한마디 않는다네. 높은 곳에서 스스로 낮출 줄 알고 결코 거스르는 법이 없거..

좋은 수필 19:4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