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균 수필 연재 - 사기등잔시골집을 개축할 때, 헛간에서 사기등잔을 하나 발견했다.컴컴한 헛간 구석의 허섭스레기를 치우자 그 속에서 받침대 위에 오롯이 앉아 있는 하얀 사기등잔이 나타났다. 등잔은 금방이라도 발간 불꽃을 피울 수 있는 조신한 모습이었다. ‘당신들이 나를 잊어버렸어도 나는 당신들을 잊어 본 적이 없어’ 하는 듯한 섭섭한 기색이 역력했다.나는 등잔을 보고 적소(謫所)의 방문을 무심코 열어 본 권모 편의 공신(功臣)처럼 깜짝 놀랐다. 하얗게 드러난 등잔의 모습이 마치 컴컴한 방안에 변함없이 올곧은 자세로 앉아 있는 오래된 유배(流配)의 모습 같아서였다깊은 두메에 전깃불이 들어온 것은 일대 변혁이었다.제물로 바칠 돼지 멱따는 소리와 풍물소리가 골짜기를 울리던 점등식 날, 마침내 휘황찬란한 전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