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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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야기

흑산/김훈

에세이향기 2023. 7. 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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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대는 아가리 옆에 푸른 수염이 두 개 돋아 있다. 가슴 밑의 지느러미는 부채와 같다. 푸르고 투명하다. 지느러미로 물 밑바닥을 더듬어면서 짐승처럼 걸어 다닌다. 장대는 큰 소리로 운다. 장대의 울음소리는 개구리 울음소리와 같다. 해질 무렵에 울어대는 것도 개구리와 같다. 장대가 우는 연유는 알 수 없다.
  조기는 때로 몰려가면서 운다. 조기 때의 울음은 우레처럼 온 바다에 울린다. 물 위에 뜬 어부들은 먼 조기 울음소리에 잠들지 않는다. 어부들은 물속에 대나무 통을 담가놓고 조기 울음소리를 듣는다. 어부들은 소리 나는 쪽으로 배를 저어가서 그물을 내린다. 길목을 아는 어부는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조기를 건져 올린다. 조기는 배 위에서도 옆구리를 벌컥거리면서 운다. 조기가 우는 연유 또한 알 수 없다. 고흥 앞바다에서는 춘분 무렵에 칠산 바다에는 한식 무렵에 충청 바다에는 소만 무렵에 조기 때가 나타난다. 흑산 바다에는 음력 유월 칠월 사이에 나타난다. 조기는 내장이 깨끗하다. 조기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서 먹기도 하는데 그 맛이 달고 맑다. 비늘이 단정하고 얌전하다. 입술은 붉고 아가리 안쪽은 희고 배 아래쪽에 황금빛이 감돈다.
  전복의 껍데기는 울퉁불퉁하다.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골이 파여 있다. 고동과 흡사하다. 이 족속들의 껍질은 모두가 나선형이다. 거기에는 필시 연유가 있을 것이다. 전복 껍데기의 안쪽은 오색찬란한 광채로 빛난다. 광채는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 그 발원지가 있을 것이다. 껍데기의 왼쪽에는 머리 쪽에서부터 다섯 개나 여섯 개 또는 여덟 개나 아홉 개의 구멍이 줄지어서 뚫려 있다. 구멍은 아래쪽으로 갈수록 작아진다. 뚫린 구멍도 있고 구멍의 모양만 갖춘 채 막힌 것도 있다.


  갈치는 큰 칼과 같다. 큰 놈은 길이가 아홉 자에 이른다. 아가리를 벌리면 날카로운 이빨이 줄지어 있다. 갈치는 서서 헤엄치고 서서 잔다. 갈치는 꼬리지느러미가 가늘어서 물을 휘젖지 못한다. 갈치의 등지느러미는 대가리에서부터 꼬리까지 이어져 있다. 갈치는 이 등지느러미와 몸통 전체를 물결처럼 움직여서 서서 이동한다. 갈치는 아래턱이 위턱보다 튀어나와 있어서 이빨이 드러난다. 어부들이 물리기 쉽다. 물리면 독이 있다. 갈치는 온몸이 칼처럼 번쩍거리고 만지면 은빛 가루가 묻는다.
  물고기는 아가미로 숨을 쉰다. 물고기 아가미는 빳빳한 참빗과 같다. 물고기는 입으로 들이마신 물을 아가미로 걸러내며 숨을 쉰다. 그래서 물고기는 물속에 잠겨서도 바다를 건너간다. 잡힌 물고기가 죽을 때는 아가미가 끝까지 벌름거리다가 맨 나중에 멎는다. 아가미는 물 밖에서도 힘겹게 벌름거린다.
  물고기의 콧구멍은 안쪽이 막혀서 아가리로 통하지 못한다. 물고기는 콧구멍으로 숨을 쉬지 못한다. 물고기의 콧구멍은 두개다. 콧구멍의 위치는 머리의 한가운데로, 사람과 같다. 물고기의 콧구멍은 정면으로 뚫려 있다. 사람의 콧구멍과는 방향이 다르다. 대체로 물고기의 콧구멍은 바늘구멍처럼 작다. 물고기는 왜 콧구멍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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